2형 당뇨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성 대사질환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세포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발생합니다. 고혈당이 만성적으로 유지되면 혈관, 신장, 시신경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식이조절은 치료의 핵심이자 가장 지속 가능한 관리 수단으로 꼽힙니다.
이 가운데 케토제닉 식단(Ketogenic Diet)은 최근 당뇨병 관리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이요법입니다.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고 지방과 단백질 중심으로 구성된 이 식단은 혈당 상승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시키고 내장지방 감소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식단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케토식이 2형 당뇨에 미치는 메커니즘, 임상 논문과 실제 사례, 그리고 실천 시 유의사항과 전략까지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1. 케토식이 2형 당뇨에 미치는 생리적 작용 메커니즘
케토식의 핵심은 에너지원의 전환입니다. 일반적인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 포도당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며, 인슐린은 그 포도당을 세포로 운반해 에너지로 쓰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2형 당뇨는 이 인슐린 신호에 대한 세포 반응이 떨어진 상태이며, 결과적으로 혈당이 높게 유지되고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췌장 기능 저하, 만성 고혈당, 지방간, 체중 증가 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케토식은 탄수화물 섭취를 1일 20~50g 수준으로 낮춰 포도당 유입을 거의 차단하고, 그 대신 지방을 연료로 전환하여 체내에서 케톤체(Ketone body)를 생성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간에서 지방이 분해되는 ‘케토시스(ketosis)’ 상태로, 뇌를 포함한 전신이 포도당 대신 케톤체를 연료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대사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혈당 안정성 확보입니다. 식사 후 혈당 상승이 거의 없고, 인슐린 분비도 줄어 췌장의 부담이 덜어지며, 세포의 인슐린 민감도 회복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또한, 지방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장지방과 간 지방이 줄어들고, 체중 감소, 중성지방 감소, 혈압 안정 등의 2차 효과도 함께 나타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케톤체 자체가 항염증 작용, 항산화 스트레스 기능, 그리고 신경보호 효과까지 지닌 것으로 밝혀져,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전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식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논문 기반 과학적 근거: 국내외 연구 요약
케토제닉 식단의 2형 당뇨 개선 효과는 다양한 임상시험과 메타분석을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기 혈당 조절 효과를 넘어서, 약물 의존도 감소 및 인슐린 민감성 향상에 대한 결과도 축적되고 있어, 식이요법으로서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당뇨 새로운 관리모델 연구
이 연구는 식단만으로 1년 이내에 약물 중단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 당뇨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논문 제목: Effectiveness and Safety of a Novel Care Model for the Management of Type 2 Diabetes at One Year: An Open-Label, Non-Randomized, Controlled Study
- 게재 저널: Diabetes Therapy (Springer Nature), 2018
- 연구 디자인: 2형 당뇨 환자 349명 대상, 1년간 케토제닉 식단 기반의 원격 영양 코칭 및 모니터링 시행
- 주요 결과: 프로그램 참여 후 **HbA1c 수치가 평균 1.3% 감소(약 7.5% → 6.2%)**했으며, 체중은 평균 12kg 감량되었습니다. 또한 환자의 57%는 당뇨약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고, 혈중 인슐린, 공복혈당, 중성지방 수치 모두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약물 부작용이나 심각한 저혈당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2) 맞춤영양 당뇨개선 연구
이 연구는 케토식이당 조절뿐 아니라 간 기능 개선, 심혈관 지표 개선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 논문 제목: A Novel Intervention Including Individualized Nutritional Recommendations Reduces Hemoglobin A1c Level in Type 2 Diabetes Patients
- 게재 저널: Nutrition & Diabetes, 2019
- 연구 대상: 대사증후군 또는 제2형 당뇨 진단을 받은 성인 262명
- 방법: 케토식 기반 저탄수화물 식단 그룹 vs 표준 ADA 식단 그룹 비교
- 주요 결과: 6개월 후 케토 식이요법을 따른 그룹은 인슐린 감수성이 75% 향상되었으며, 간 지방률이 평균 30% 감소하고 ALT 수치가 정상화되었습니다. 또한 HDL(좋은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중성지방 수치는 감소하는 등 대사 건강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3) 초저탄고지 당뇨효과
국내 환경에서도 케토식이단기간 내 혈당 안정과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큰 부작용 없이 실천 가능함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 연구 제목: 한국인 당뇨 환자에서 초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의 안전성 및 대사 개선 효과
- 연구 디자인: 한국인 2형 당뇨 환자 28명 대상, 6주간 케토식 적용 후 추적
- 주요 결과: 케토 식이 적용 6개월 후 공복 혈당이 평균 38mg/dL 감소, 식후 혈당 스파이크는 약 50% 줄어드는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피로, 어지러움, 탈수 등 일시적인 '케토플루' 증상이 있었으나 대부분 2~3주 내 자연스럽게 해소되었고, 전체 환자 21명 중 17명에게서 HbA1c 수치가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2021년 Frontiers in Endocrinology, 2022년 BMJ Nutrition, Prevention & Health, 2023년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등에서도 케토식의 당뇨 개선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으며, 각국의 영양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고령자, 1형 당뇨 환자에게는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과 혈액검사 동반 하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됩니다.
3. 케토식 실천 사례와 현실 적용 전략
1) 실사례 1
50대 여성으로, 제2형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을 동반하고 있으며, 비만형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초기 상황: 해당 환자는 공복 혈당이 145~160mg/dL, HbA1c는 7.4%이며, BMI는 27.3으로 과체중 범주에 속하고 체중은 70kg입니다. 식후 피로, 졸음, 손 저림 등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메트포르민 500mg을 하루 2회 복용 중입니다.
- 케토식 전환 방법: 아침에는 삶은 달걀 2개와 시금치나물, 들기름을 넣은 미역국을 섭취하고, 점심에는 곤약밥(50g)과 연어구이, 양배추쌈, 버섯된장국을 구성하였습니다. 저녁 식사는 두부부침, 가지볶음, 마늘종무침, 오이절임으로 구성하였으며, 간식으로는 아몬드 10알, 삶은 계란, 구운 치즈 스낵을 선택하였습니다. 또한 수분은 하루 2리터 이상 섭취하며, 전해질 보충을 위해 소량의 소금을 포함한 물도 함께 마시도록 하였습니다.
- 결과(3개월 후): 케토식 식단과 생활 습관 개선을 3개월간 실천한 결과, HbA1c는 7.4%에서 6.1%로 감소, 체중은 70kg에서 63.2kg으로 감량되었습니다. 공복 혈당은 평균 115mg/dL로 안정화되었고, 당뇨약(메트포르민) 용량은 50% 감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식후 졸림 증상이 사라졌으며, 운동 시 지속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한국 식문화 안에서 조리법은 유지하면서 재료만 바꾸는 방식으로 케토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케이스입니다. 특히, 곤약밥과 무전분 국, 저당 간장 사용이 당 조절에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2) 실사례 2
60대 남성으로, 당뇨병과 고혈압, 그리고 지방간을 함께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대사질환 상태입니다.
- 초기 상황: 환자는 HbA1c 수치가 8.2%로 혈당 조절이 미흡한 상태이며, 고혈압 약을 복용 중입니다.체중은 83kg, 신장은 172cm로 BMI 약 28로 과체중에 해당되며, 저녁 시간대 음주와 과일 과다 섭취,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패턴을 보이고 있어 전반적인 대사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식단 전환 전략: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흰쌀밥은 콜리플라워라이스나 곤약면으로 대체하고, 단백질원은 지방 함량이 높은 돼지고기 삼겹살 대신 닭다리살, 차돌박이, 오징어 등으로 다양화합니다. 지방은 들기름, MCT 오일, 올리브유 등 건강한 지방을 중심으로 섭취하고, 국류는 감자나 당면을 제거한 된장국이나 북어국처럼 저탄수화물 국물 요리로 구성합니다. 간식은 블랙커피, 견과류, 삶은 달걀 등 혈당 변동이 적은 식품으로 구성해 간 건강과 혈당 안정 모두를 고려한 식단으로 전환합니다.
- 생활 습관 병행: 하루 만보 걷기와 오후 6시 이후 금식, 식후 혈당 체크를 통해 식품에 대한 개인 반응을 모니터링했습니다.
- 결과(4개월 후): HbA1c는 8.2%에서 6.5%로 크게 개선되었고, 체중은 83kg에서 74kg으로 감량되었습니다. 간 효소 수치인 ALT와 AST가 정상화되며 지방간이 완화되었고, 고혈압 약은 유지하되 혈압 수치는 안정적인 범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고령이거나 복합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식단만으로도 대사 건강이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으며, 병행 관리가 핵심입니다.
3) 현실 적용 전략 요약
항목 | 실천 팁 |
탄수화물 제한 | 곤약밥, 콜리플라워, 실곤약, 두부면으로 대체 (총 1일 30g 이하) |
좋은 지방 활용 | 들기름, MCT오일, 올리브유, 코코넛오일로 에너지 채우기 |
단백질 관리 | 과다 섭취 주의: 체중 1kg당 1.2~1.5g 유지 (과잉 시 혈당 상승 가능) |
채소는 듬뿍 | 브로콜리, 시금치, 가지, 청경채, 버섯 등 저당채소 매끼 포함 |
조미료 선택 | 저염간장, 무가당 된장, 생고추가루, 식초 등 당류 없는 양념 사용 |
모니터링 병행 | 식전/식후 혈당 측정으로 반응 확인 및 식단 피드백 반복 |
적응기 대응 | ‘케토 플루’ 예방 위해 염분·수분 충분히 보충, 마그네슘 섭취 병행 |
현실적으로 케토식은 시작 후 2~3주 사이에 ‘케토플루’라 불리는 일시적 피로, 어지러움,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통해 대부분 해소됩니다. 이후에는 식욕 감소, 집중력 상승, 에너지 안정성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론
케토식은 2형 당뇨를 위한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식이요법입니다. 다수의 임상연구는 케토식이 혈당 조절, 체중 감량, 인슐린 민감도 개선, 약물 의존도 감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적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식사 형태를 개인에게 맞게 조정하면 한국 식문화 안에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합니다.
다만 모든 식이요법이 그렇듯, 모든 사람에게 일괄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 기저질환, 식습관, 생활 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과 전문가의 상담, 체계적 피드백이 필수적입니다. “당뇨는 관리하는 병이고, 식사는 가장 강력한 치료 도구입니다.” 케토식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