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관리는 단순히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한다’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정확한 수치 기반의 자기 진단과 예측 관리가 핵심이며,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혈당, 당화혈색소,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핵심 관리 지표들입니다.
이 지표들을 이해하고 꾸준히 추적하는 것은 단순한 혈당 조절을 넘어 합병증 예방, 건강한 삶의 유지, 치료 전략 결정의 근거가 됩니다.
본 글에서는 당뇨 환자와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이 3가지 관리지표에 대해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상세히 분석합니다.
1. 혈당: 실시간 몸 상태를 말해주는 대사 지표
혈당(Blood Glucose)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즉각적인 당뇨 관리 지표입니다. 매일 변화하는 식사, 운동, 스트레스, 약물, 수면 등 다양한 생활 요소가 혈당 수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혈당 수치는 현재 내 몸의 대사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실시간 신호입니다.
1) 혈당의 종류와 의미
당뇨 환자가 측정하는 혈당은 보통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 공복 혈당(Fasting Blood Sugar):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 간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포도당의 양을 반영
- 식후 2시간 혈당(Postprandial Glucose): 식후 혈당 상승의 정도를 나타냄. 인슐린 분비 및 반응의 민감도를 측정
- 취침 전 혈당: 야간 저혈당 예방을 위한 기준
- 새벽 혈당(Dawn Phenomenon 감시용): 새벽에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로 인해 생기는 혈당 상승 여부 확인
정상적인 공복 혈당은 70~99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140mg/dL 미만이어야 하며, 공복 126mg/dL 이상 또는 식후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됩니다.
2) 혈당 측정의 중요성과 활용
- 자가 혈당 측정기(Self Monitoring Blood Glucose, SMBG)를 통해 하루 1~4회 이상 측정하면, 어떤 음식, 어떤 시간대, 어떤 활동이 혈당에 영향을 주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요즘은 연속혈당측정기(CGMS)를 활용해 24시간 혈당 곡선을 확인하고, 고혈당·저혈당 경고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어 중증 저혈당 예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3) 혈당의 진짜 의미는 ‘패턴 분석’
하루치 수치보다 중요한 건 흐름입니다. 혈당 수치를 꾸준히 기록하고 분석하면 혈당이 급등하는 시간대, 식후 반응이 과도한 음식 종류, 잠을 못 잤을 때의 혈당 반응 등 자신만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진과의 상담이 더욱 정확해지고, 약물이나 인슐린 용량 조절 시 과학적인 근거가 됩니다.
2. 당화혈색소(HbA1c): 3개월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장기 지표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 HbA1c)는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비가역적으로 결합한 비율을 측정한 수치입니다. 즉, 혈액 속에 얼마나 포도당이 오래 머물렀는지, 지난 2~3개월간 평균 혈당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입니다.
1) HbA1c 기준 및 의미
- 정상인: 4.0~5.6%
- 당뇨 전단계(공복혈당장애): 5.7~6.4%
- 당뇨병 진단 기준: 6.5% 이상
- 관리 목표: 일반적으로 6.5~7.0% 미만을 권장 (개인 상태에 따라 7.0~7.5%까지 허용)
HbA1c 수치는 합병증 발생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HbA1c가 1% 상승할 때마다 미세혈관 합병증(망막병증, 신장병, 신경병증) 위험이 약 30~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HbA1c의 장점과 한계
장점
- 공복 여부에 상관없이 채혈 가능
- 혈당 변동성이 커도 전체 평균 상태를 판단 가능
- 합병증 위험도 예측 가능
한계
- 빈혈, 신장질환, 임신 등에서 왜곡 가능
- 혈당이 안정적이지 않아도 평균값은 정상처럼 보일 수 있음 → 예: 하루 평균 100이지만 아침은 50, 저녁은 200이라면 평균은 ‘정상’이지만 위험한 상태
3) CGMS와 HbA1c의 병행이 이상적
요즘은 HbA1c와 함께 연속혈당측정기(CGMS)를 병행하여, 시간당 혈당 변화량(Time in Range, TIR), 저혈당 발생 횟수, 혈당의 표준편차(SD) 등 혈당 변동성과 안정성까지 평가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3. 인슐린 저항성(HOMA-IR): 당뇨병의 뿌리를 이해하는 대사 지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은 세포가 인슐린의 작용에 둔감해져,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제2형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병리적 기전이며, 혈당이 높아지기 전부터 진행됩니다.
1) HOMA-IR 지표란?
인슐린 저항성을 수치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HOMA-IR(Homeostasis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입니다.
HOMA-IR 계산식: 공복 인슐린(μU/mL) × 공복 혈당(mg/dL) ÷ 405
- 정상인 기준: 1.0~2.0
- 2.5 이상이면 저항성 의심, 3.0 이상은 고위험군으로 간주됩니다.
HOMA-IR 수치가 높을수록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는데도 불구하고 세포가 반응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고혈당과 대사증후군 위험이 증가합니다.
2) 인슐린 저항성이 주는 신체적 영향
- 지방간 유발: 간이 포도당을 저장하지 못해 중성지방으로 전환
- 고중성지방혈증, 고혈압: 혈관 내 염증과 긴장 유발
- 만성 피로, 배고픔, 식욕 증가: 렙틴 저항성 동반
- 지방 축적 증가: 특히 내장지방(복부비만)과 연관
- 만성 염증 및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즉, 인슐린 저항성은 단순히 당뇨병 위험이 아니라, 대사질환 전체의 '출발점'이자 '위험신호'입니다.
3) 인슐린 저항성 개선 방법
- 유산소 + 근력 운동 병행: 하루 30분 이상
- 지중해식 식단, 저탄수화물·저GI 식품 섭취
- 체중 감량 5~10%만으로도 저항성 대폭 개선
- 약물 치료: 메트포르민, 피오글리타존 등 인슐린 민감성 개선제 활용
정기적으로 HOMA-IR 수치와 공복 인슐린 수치를 체크하며, 단순 혈당이 아닌 ‘대사 기능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당뇨 전략입니다.
결론
당뇨병은 수치 기반 질환입니다. 혈당은 지금 이 순간의 대사 상태를, HbA1c는 지난 수개월의 평균을, 인슐린 저항성은 병의 뿌리를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지표를 이해하고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단순한 수치 관리가 아닌 질병의 경로를 예측하고 막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당뇨병을 정말로 ‘관리’하고 싶다면, 이제부터는 수치를 읽고, 패턴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지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몸이 보내는 언어이며,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경고이자 기회입니다.